시드니 테러 참사, 시민 용기가 보여준 다문화 사회의 진정한 모습
호주 시드니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참사가 16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지만, 위기의 순간 보여준 시민들의 용기는 진정한 다문화 사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평화로운 축제가 참극으로
15일(현지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하누카 축제에서 무슬림 부자 총격범이 벌인 테러로 어린이 1명을 포함해 16명이 사망했다. 이는 1996년 포트아서 총기 난사 이후 29년 만에 호주 최악의 총기 참사가 됐다.
희생자 중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앨릭스 클레이트만(87세)과 10세 소녀, 그리고 이스라엘 지지를 호주 총리에게 요청했던 랍비 엘리 슐랑거(40세) 등이 포함됐다. 현재 40명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영웅적 시민정신이 더 큰 참사 막아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시리아 출신 무슬림 시민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43세)의 영웅적 행동이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총격범과 몸싸움을 벌여 소총을 빼앗아 더 큰 참사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그 자신도 총상을 입었지만 현재 회복 중이다.
2006년 호주로 이주해 시민권을 획득한 아흐메드의 행동은 종교와 출신을 넘어선 시민의식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무슬림인 그가 유대인 축제 참가자들을 구한 것은 다문화 사회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극단주의와 맞서는 사회적 연대
총격범 사지드 아크람(50세)과 나비드 아크람(24세) 부자는 이슬람국가(IS)와 연관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아들 나비드는 2019년 IS 관련 테러 계획으로 6개월간 조사받은 전력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종교 간 갈등이 아닌 극단주의와 시민사회의 대립으로 봐야 한다. 테러범과 같은 종교를 가진 시민이 목숨을 걸고 희생자들을 구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총기 규제 강화로 안전사회 구축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개인별 총기 소지 허가 수량 제한, 허가 기간 단축 등이 포함된 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람들의 상황은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극단적인 사상에 물들 수도 있다. 총기 소지 허가는 영구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총리의 발언은 예방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제사회의 연대와 반유대주의 근절 의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메르츠 독일 총리 등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일제히 애도를 표하며 반유대주의 근절 의지를 다졌다.
특히 독일 총리의 "전 세계에서 반유대주의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발언은 과거사를 딛고 선 독일의 성찰과 의지를 보여준다.
다문화 사회의 미래를 향한 교훈
이번 참사는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지만, 동시에 진정한 시민정신과 다문화 사회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종교와 출신을 넘어선 인간적 연대가 증오와 극단주의를 이길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호주 사회가 이번 아픔을 딛고 더욱 포용적이고 안전한 사회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아흐메드 같은 시민영웅들의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